Loading...

0:00  /  0:00
0:00
        [조수빈]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습니다.
똑같은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엔 늘 보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익숙한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학생1]
뭐야 이거?

[학생2]
엄마, 지금 나 학굔데 지진난거같애.

[학생3]
숨어야되는거 아니야?

[학생1]
야 괜찮아?

[학생3]
야 원래 이렇게 하는거 맞아?

[학생2]
야 나가야되는거 아니야?

[뉴스]
오늘 저녁 7시 44분과 8시 34분 경주 부근에서 두차례에 걸쳐 강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낮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조수빈]
평온하던 고등학교가 공포스러운 공간이 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만 생각했던 우리 집이 재해의 현장이 됐습니다.
땅이 흔들리는 그 순간에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흔들렸습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내가 늘 사용하던 주방이나 사무실이 흔들려서 가구가 넘어지고 또 그곳에 쌓아뒀던 물건이 떨어져서 깨지는걸 상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지금 이 화면을 보고 계시는 그 공간이 갑자기 흔들린다면 어떨까요?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났던 그 날은 우리모두를 착각에서 깨운 날이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위협, 지진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습니다.
'5천만 가슴이 덜컥였다'. '한반도가 움직였다'. '5.8 지진에 어쩔줄 몰랐던 한국'.
신문기사 제목들이 그 날의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그 위험의 신호가 매우 가까이 와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지진이라는 재해는 항상 먼나라,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스]
오늘 오후 일본 동북부지방에 규모 8.8의 일본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네. 이 지진에 이어 초대형 쓰나미까지 덮치면서 피해가 엄청납니다.

[조수빈]
우리는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목격했습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강진 등 이웃나라 일본은 계속되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어왔고 이에 대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난 큰 지진은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2000년 이후 일본에서 타이완에서 중국에서 지진피해 소식을 우리는 뉴스로 접해왔습니다.
한반도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지진들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창환 전북대학교 교수]
일부 지질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7.1~7.4 정도 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계속 지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뭔가 새로운 지각 움직임이 있는게 아니냐 라는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죠.
뭔가 지각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지진이 일어난지가 수백 년이 지났기 때문에,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수빈]
이같은 지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신의 노여움이나 왕의 부덕을 자연재해 이유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진이란 지각의 움직임에 의한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지각으로 연결된 주변국가에서의 지진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같은 땅을 밟고 서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반경은 6,371km. 내핵과 외핵으로 이루어진 핵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핵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부드러워진 암석, 즉 맨틀이 흐르듯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가 서있는 땅, 즉 지각이 있죠.
지구 표면을 이루는 이 지각은 지구를 사과라고 했을 때 껍질정도로 얇습니다. 그리고 퍼즐조각처럼 쪼개져서 서로 맞물려서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죠.
이렇게 쪼개져있는 지각의 조각들을 판이라고 합니다. 이 조각들은 1년에 수 cm씩 움직이는데 그렇게 움직이다가 큰 힘이 모인 지각이 서로 맞닿아 움직이는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게 됩니다. 바로 지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대규모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드는 경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경계는 환태평양 지진대라고 불리는 거대한 고리모양의 지진대에 속해 있죠.
남미의 칠레와 페루에서부터 시작해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 그리고 일본과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솔로몬 제도까지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바로 이 선을 따라서 지진의 8~90%가 발생합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습니다. 필리핀판, 또 태평양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어서 비교적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여겨져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분명한 것은 땅밑 어딘가에 오랜기간 축적된 지구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엄청나게 축적된 그 에너지가 언제 땅 위로 해소될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진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 사실을 우리는 한반도에서 확인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원리를 아는 것과 실제로 지진을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겁니다.
바로 나 자신이 이 거대한 자연의 움직임에 의해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을 경험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포항 시민1]
건물은 흔들리고 외벽은 쏟아지고 그 안에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꼼짝도 못하고 있었죠.

[포항 시민2]
진짜 집이 그냥 진짜 무너지는 것 아닌가 이런 불안감, 흔들릴 때 무서움.
오늘도 여진이 있었듯이..

[포항 시민3]
트라우마가 생겨서 길가로 걸어 다니지도 못 하겠고, 건물 자체를 들어가질 못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조수빈]
생전 처음 접한 공포, 그 충격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앞서 2016년 9월 12일에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을 겪은 주민들 또한 시간이 흘렀어도 그 날 마주했던 지진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적한 농촌마을인 경주 내남면, 이 곳은 9·12 지진의 1차 진원지였습니다.

[경주 시민]
무엇보다 심적 피해가 더 심해요. 고속도로 차가 우르릉쿵 가죠. 또 지진오는갑다 싶어 깜짝깜짝 놀라고 자다가도 우르릉 거리면 또 지진인가 보다 하고 밖으로 뛰쳐나오고..
건빵도 비상식량이라고 그런거에 생필품 간단하게 넣어 놨네요.

[조수빈]
1400년 세월을 버텨온 첨성대도 지진의 영향으로 2cm 더 기울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첨성대를 직접 찾았을 때 인근에서 지진행동요령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9·12 지진의 여파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강태섭 부경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를 보면, 지진이 발생해서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거나 아니면 중요한 시설이 있거나 아니면 고도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런 것이 집중된 대도시 같은 지역, 그 지역 또는 그 주변에서 발생했을 때 사실 파급효과가 큰 것이거든요.
저기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에 엄청나게 큰 지진이 나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크게 인식되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여기, 특별히 이런 대도시 주변에서는 작은 지진들도 사람들에게 많이 파급효과를 주는거죠.

[오창환 전북대학교 교수]
외국의 지진에 비해서는 작다고 볼 수는 있으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규모가 이미 시작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고, 그걸로 인해서 우리가 좀더 생각해 보니 이게 더 큰 피해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낮지만 존재할 수 있다 이런걸 우리가 알게 된 것거죠.

[조수빈]
지진을 실제로 겪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이렇게 돌아봅니다. '이게 뭐지?', '어떻게 해야되지?' 라는 당혹스러움, 그리고 그 공포심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물론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닥치게 된 재해 모든 순간을 정부에만 의존할 순 없기에 우리 각자는 나름대로 어떻게 행동해야하고 또 어떻게 나와 우리 가족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합니다.
이제 실제로 지진이 나면 어떤 느낌일지 지진체험관의 시설을 활용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진의 크기는 규모와 진도를 나눠서 표시합니다.
규모는 지진 자체의 절대적인 에너지 크기를 말하고 진도는 특정지역에서 흔들리는 정도를 말하죠.
그렇다면 진도에 따라서 느껴지는 흔들림은 얼마나 될까요?

[체험자]
3도는 좀 흔들림 정도는 느껴졌는데, 막 '위험한 상황이다'라고까지는 생각이 안들 정도의 지진이었어요.

[조수빈]
진도 3에서 큰 동요를 보이지않던 체험자들의 눈빛이 진도 5 체험 상황에서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찬장의 물건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해진 행동요령대로 움직이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바로 서있기 어려운 진도 7, 체험시설일뿐인 것을 알지만 공포감이 느껴졌다고 체험자는 말합니다.

[체험자]
7도는 엄청 흔들려가지고 물건도 쓰러지고, 그래서 그건 되게 많이 무서웠어요. 체험이었는데도 좀 많이 무섭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신수봉 인하대학교 교수]
몸으로 한번 경험해 보는게 제일 중요하죠.
대피요령을 한번 읽어 보고, 그리고 대피훈련을 한번 해 보는 것이 그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만약에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본인이 사느냐 마느냐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거죠.

[조수빈]
지진이 나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내 주변에 모든 것이 흔들리는 상황에 재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모든 행동을 수칙대로 따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행동요령을 익히고 있다면 그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행동요령은 어렵지않게 몸에 익힐 수 있습니다.
지진이 나면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식탁이나 탁자 밑으로 들어가서 다리를 잡고 기다립니다.
흔들림은 길어야 1~2분 정도입니다만 다시 흔들림이 이어질 수 있으니 잠시 기다렸다가 완전히 멈췄다고 생각될 때 안전한 대피장소로 피하면 됩니다.
진동이 어느 정도 멈췄다고 생각되면 높은 건물에 있었다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백화점이나 마트, 극장, 경기장 처럼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출구에 사람들이 몰려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머리를 보호하며 침착하게 안내에 따라 대피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면 신속하게 내려서 계단으로 대피하고 차에 타고 있다면 오른편에 세운 뒤 라디오정보를 듣고 대피합니다.
만약 지진이 발생할 때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면 손잡이나 기둥을 잡고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안내에 따르면 됩니다.
안전을 위한 이 행동요령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 그 이전에 내가 지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근래에 큰 지진이 났던 일본, 타이완, 미국의 해안도시와 같은 곳으로 출국하는 분들에게 지진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적어도 지진위협이 알려진 나라로 가는 분들이라면 지진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여행객1]
쓰촨성 그쪽 근처만 아니면 괜찮은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해서..

[여행객2]
글쎄요. 제가 그 부분을 상상을 안해봐가지고 내가 어떻게 대비를 해야겠다던가 어떻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이런건 없을거같습니다.

[오창환 전북대학교 교수]
테러국가가 지정되어 있듯이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 결정이 되어있어요.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라고 한다면, 이거를 알고 나가시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안전해질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거기서 무슨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예측을 할 수 있고 예측을 하면 내가 뭔가 거기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는거니까.

[강태섭 부경대학교 교수]
전세계 어느 지역을 가든 그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디로 피신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경로를 따라서 이동할 것인지 그런 것들이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예를들면, 지진해일 같은 경우는 꼭 그 지역에 지진이 나서 해일이 오는 게 아니고, 멀리서 지진이 나도 그 지역에 지진해일이 도착할 수 있어요.
해안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가 그런 지진해일이 온다는 경보를 보거나 물이 물러가는 신호를 감지를 했으면 그때 어떻게 이동을 해서 피할 것인지, 그런 것들을 미리 대피경로를 확인을 하고 여행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조수빈]
지진은 어디에서 어떤 순간에 만날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크고 작은 지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진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자연현상인 지진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 그러니까 대비하자.', 행동요령을 알아두고 내 주변에 안전을 살피고 만약의 경우 대피할 곳을 미리 확인해두는 그런 관심이 필요하다라는 것입니다.
이를 다시 곱씹으면서 저희가 확인하고 또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은 오늘 우리의 인식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지진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까?
이제 지진은 먼 나라,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다운로드